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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마약인가에 대한 고찰 by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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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유튜브 채널 ‘스터디코드‘에서 게시한 영상 ‘게임은 21세기의 도박이자 마약인가?‘에 대한 내 생각 정리이다. 댓글로 작성했던 내용을 재구성하였다.

스터디코드의 생각

조남호코치는 이 주제를 화두로써 던졌다.

아직 연구소 차원에서 코드가 정립된 주제는 아니지만, 요즘 학생들에 있어서 게임중독은 너무나도 직접적인 문제이기에 개인적인 사견이지만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성인들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그 심각성은 매우 크다고 하였다.
그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2시간 이내로 끊을 수 없는 게임은 도박이자 마약이 맞다.”


그는 IT 업계 출신으로 많은 게임 개발자, 게임 기획자와 교류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숨겨진 이야기들을 보고 들은 듯 하다. 요즘들어 많이 양산되고 있는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게임들을 생각해 보면 나도 그 내용이 무엇일지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혹자는 게임이 21세기 종합예술이라고도 하는데, 조남호 코치는 2시간 남짓 만에 끝나는 영화라는 예술에 빗대어 몇날며칠 식음을 전폐하고 하게 되는 게임은 종합예술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게임을 도박이자 마약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두 시간 이내로 끊을 수 있고 작품성이 있는 게임은 예외로 보는 듯 하다.

그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게임을 기획할 때 도박의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사실이 있다는데, 끊임없이 빠져들고 현질하도록 하는 게임들이 그렇다고 한다.

프로게이머들의 게임은 스포츠와 같이 일정 시간 플레이하고 끝나며, 그들이 하루 종일 게임하는 것은 운동선수가 한 경기를 위해 많은 시간 훈련하는 그것과 같으므로, 게임의 중독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그러므로 2시간 이내로 못끊는 게임은 도박이자 마약이라는 사견을 그는 처음으로 드러낸다고 한다. 완전히 준비되진 않았지만 공론화가 꼭 필요하다고. 꼰대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도박과 마약을 성인에게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이 중독성 있는 게임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는 욕해도 좋고 찬성해도 좋으니 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충분히 이야기해 보고, 스스로를 반추해 보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내 생각

먼저 이렇게 중요한 주제를 과감히 화두로 던진 조남호 코치에게 너무나도 고맙다. 낯선 것, 미지의 것에 거부감이 먼저 드는 인간의 일반적 속성을 생각해볼 때,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이 주제를 고찰하고, 이것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진실들을 알아가면 좋을 것 같다. 게임에 부정적인 기성 세대들 뿐만 아니라 그것을 플레이하는 청소년들까지도 게임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먼저 나는 이 문제를 두 가지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1.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2.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

조남호 코치의 주장에는 1번과 2번이 뒤섞여 있다. 잘 들어보면, 문제점의 근원은 1번에 있음에도-중독의 메커니즘- 그 해결방식을 2번에서 찾고 있다-2시간 이상 플레이하게 되는 게임은 마약과 같으므로 하지 마라-. 물론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킴으로써 반사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경종을 울릴 수 있겠지만, 나는 차라리

나로써는 현재 게임을 만드는 쪽에 할 말은 딱히 없으니, 2번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의견을 적어보고자 한다.



결론: 게임에 중독될 만한 속성은 있지만 그것을 마약의 중독성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

핵심(코드)은 마약의 중독성과 게임의 중독성이 언어의 한계에 의해 같은 말로 쓰이고는 있지만 그 둘은 엄연히 다른 것인 데 있다고 봅니다.

마약을 해본적은 없어 제 말이 틀릴 가능성은 있겠지만, 제가 보고 들은 마약중독에는 개인의 의지를 근본적으로 꺾어버리는 물리적인 작용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본인의 마음과 생각은 마약을 하고 싶지 않지만, 모종의 육체적 정신적 작용에 의해 안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게임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게임 자체로써는 물리적인 영향력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개인이 매우 의지적으로 게임을 찾아서 플레이하게 되죠. 그 원인에는 게임 내에서의 사람들과의 관계, 인정받음, 게임 내 자신의 등급을 높이고싶은 마음, 더 좋은 아이템을 마련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 등등이 있죠. 추상적으로 모아 말하자면 게임에는 (꽤나 말초적이기는 하나)자신의 자아를 캐릭터에 투영해 실현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존재합니다.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게임을 사회로 바꿔봅시다. 만약 게임에 중독되었다고 하는 학생(성인)이 있다고 칩시다. 이 사람은 어떤 종류의 게임을 하든 결론적으로 게임 내에서 자신의 자아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이러한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사회에서 자아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마치 레벨 99의 전설 아이템처럼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긴다면? 이 사람은 모든 것은 뒤로한 채 그 목표를 위해 달릴 것입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게임에 중독’된다고 하는 그것과 표현과 대상만 다르지 메커니즘은 정확히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중독’이라는 말이 마약과 게임에 똑같이 쓰이고 있느냐? 저는 그것에는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있다고 봅니다.

학생은 자아실현의 측면에서 전혀 목적없는 수능공부를 해야만 한다고 이미 사회적으로 정의되어 있고, 요즘 그것에 따르지 않는 학생들을 보니 대부분 게임에 빠져 있습니다. 자아실현에 실패한 아이들이 퇴로를 찾아 게임 속에서 자기를 드러내고자 발버둥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된 규범에 따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 진실을 가려버립니다.

일반적인 사회인은 성실히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낳아 사회에 기여하도록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직장에서 마음이 상하고 가족부양과 내집 마련에 지친 사람들은 퇴로를 찾아 게임 속에서 자신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또한 규범에 어긋나 보이기 때문에 이 진실은 가려집니다.

사회로 나아오기 위한 취준생이 있다고 칩시다. 이들은 열심히 스펙을 쌓아 하루빨리 취업해 사회에 기여하도록 등떠밀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높은 스펙장벽에 자신의 과거가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몇몇 사람들은 도피로를 찾아 게임에 빠져 있습니다. 이들은 겉보기에 인생을 내팽개친 한심한 루저들로 보이므로 그들의 자아가 무너져있는 진실은 아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자아를 드러내기 위해 그것을 한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 질질 끌려다닙니다. 하지만 게임에 ‘중독’되었다고 일컬어지는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끌려다니는것처럼 보이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본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을 게임 속으로 이끌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게임 속에 실현 가능한 목적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전 영상에서 조남호 코치님이 학생들에게 먼 미래의 추상적 목표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것 같습니다.(내년여름휴가 비키니 비유?) 당장은 사회구조적 한계에 의해 위와 같은 모순점을 극적으로 바꿀 순 없겠습니다만..

게임에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만, (어쩔 수 없는 표현이셨겠지만)게임을 두 시간 이내로 끊고 절제하라고만 하기에는 그 아이들의 단기목적성이 너무나도 강합니다. 여기서 단기목적성은 몇날며칠, 혹은 몇개월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실현 가능하고 그에 따른 보상도 구체적이죠. 그렇다면 그 아이들이 현실 속에서 학교 안에서 이러한 단기목적성을 강력하게 찾을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합니다. 이것 마저도 쉽지 않은 일임을 압니다. 하지만 원인을 분명하게 보고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가려는 시도는 언제나 필요합니다.

저는 게임이 하나의 시대적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과거에 외설적인 소설과 같았고, 만화였고, 놀이였습니다. 이것들은 우리의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도 하지만, 성취의 기쁨이 있었고, 간혹가다 밥줄이 되어줬습니다. 하지만 마약은 언제나 마약이었습니다. 마약의 중독성과 게임의 중독성(언어적 표현한계)을 같은 선상에서 본다는 것은 잘 모르는 사람이 드러나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고 마는 심각한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흐르는 강물을 막으면 옆줄기로 빠져버리는 자연적인 과정에서 착안해 게임중독게임을 통한 매우 손쉬운 방식의 자아표현으로 바꿔 말하고 싶습니다.(더 나은 말을 찾아보고 싶네요)



내 댓글에 달린 댓글들

미**

덧붙이자면 현실에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니 게임에 집착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게임에서의 욕구 충족은 현실에서의 욕구 충족보다 허접하기 그지없거든요 현실이 시궁창이니 가상세계에서의 허접하지만 상대적으로 즉각적인 쾌락적 보상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죠

마약이 무서운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주사바늘만 꽂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쾌락을 아주 신속하게, 스트레이트로, 직빵으로, 스펙타클하게, 즉각적으로, 판타스틱하게 쏟아주거든요 현실에서는 피땀흘리는 노력으로 겨우 얻어내서야 기어코 뇌가 툭 던져주는 보상인데 마약만 꽂으면 그보다 아득히 강렬한 것을 바로바로 받아버리니까 현실을 져버리고 마약에 빠지게 됩니다 마약을 한 번 써버린 순간부터 쾌락의 그릇은 커질대로 커졌으니 현실의 보상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가는겁니다 말씀대로 마약과 게임을 동일선상에 두는건 아주 위험한 짓입니다 게임 가운데에서도 작품성을 중시한 게임도 상당할 뿐더러 마약은 멀쩡한 사람, 심지어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마저도 일단 꽂고 나면 단숨에 폐인으로 만들어버리지만 게임은 제 아무리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들 현실이 시궁창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할만큼 보상이 허접하기 때문에 동일선상에 두면 오류가 발생하죠

이**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게임을 좋아했던 청년으로서 확실히 게임은 현실, 사회와 달리 어느정도 노력만 하면 성취감을 매우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대도서관님께서 백분토론에 나와 말씀하셨던게 기억이 나네요. 성취감을 쉽게 얻게 해주는 게임이 문제냐,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성취감을 얻기 매우 힘든 사회가 문제냐. 물론 비약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초등학생때부터 고3 수능을 볼때까지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 받는 학생들에게 성취감면으로 봤을때 게임은 공부에 비해 너무나 매력적이고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요소가 많이 있다는게 현실인것 같습니다.